파키스탄

세이프 울 말룩

경돈 2007. 3. 24. 00:21


스카르두를 오가며 기장의 안내 방송을 들었든 세이프 울 말룩.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세이프 울 말룩 호수는 주변 산과 함께 눈 뿐이었다.

과연 거기에 호수가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고.


원래 파키스탄은 금요일이 반공일이다.

그리고 토요일은 전일 근무. 종교 행사가 금요일에 있다.

금요일 오후엔 동네에 있든 직장에 있든 주변의 회교 사원에 모여 기도를 한다.

여기서 일주일만에 지인을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고 한다.


허지만 세이프 울 말룩에 가기위해 금요일 하루 종일 근무를 하고 토요일 오전 일찍 숙소를 나섰다. 

1시간쯤 달려 아보타바드에 왔을때 차가 퍼져버렸다.

주변엔 정비소도 보이지 않고 운전사만 안절부절이다.

심심하다고 한 친구가 어디서 짜파티를 사가지고 왔다.

여태까지 먹어본 짜파티 중에서 가장 맛있는 짜파티를 여기서 먹었다.

이 이후에도 이만큼 맛있는 짜파티를 먹어본 적이없다.


지나가는 트럭을 세워 로프로 묶어서 정비소까지 끌고 갔다.

정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되돌아 갈 수도 없고..........


합승으로 사용하는 타우너 만한 차를 1박 2일에 2500 루피 주기로 하고 빌렸다.

왜 이렇게 길이 험한지.

비포장 산길을 달릴때는 진동으로 인하여 아픈 허리가 더욱더 아프다.

허리 때문에 나서지 말아야 하는건데 다음에 또 올 기회도 없고 나 혼자 올 수도 없기에 어떤곳인지도 모르고 나섰드니 후회가 막급이다.


이름도 기억 할 수 없는 마을에서 먹거리를 좀 샀다.

몇 시간을 달렸는지 마지막 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8시 반쯤 됐던것 같다.

배는 고프고 여기저기 호텔이 보이지만 아직도 관광 시즌이 아니라서 영업하는 곳이 몇 곳 없다.

영업중인 몇몇 호텔에서 서로 자기집에 오라고 난리다.


이곳 저곳 둘러보고 방을 잡으니 9시가 넘었다.

10시 까지만 더운물을 줄것이며 11시 까지만 전기를 공급해 주겠단다.

워낙 외진 곳이라 전기는 전부 자가 발전이다.

서둘러 저녁준비를 하고 샤워를 한다.  녁을 먹고 나니 10시 반도 넘었다.

얼런 설거지를 하고 대충 정리를 하고보니 버너를 피웠든 자리 밑에 카펫트가 변색이 돼 있다.


방문을 열고 베란다에 나서서 하늘을 보니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 별인지.......

먼지 하나없는 맑은 공기이다 보니 별이 유난히도 더 크게 보이나 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토스트와 쨔이로 식사를 하고 �을 빌려 호수를 향하여 출발.


-호수를 향해 올라가다 계곡을 건널때 물때문에 말을 타고 건넜다-

� 운전사가 가이드를 겸한단다.

�이 갈 수 있는 마지막 까지 가니 말을 빌려준다고 타고 가란다. 얼마를 달라고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말을 한 필만 빌려서 타고 나머지 인원은 걸어서 가기로 했다.


한참을 올라가니 도로를 가로 질러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깊지도 안고 넓지도 않지만 신발 벗고 양말 벗기가 귀찮아 한명씩 말을 타고 건넜다(일행은 5명임)

얼마나 올라 갔을까? 이제는 말도 갈 수가 없단다.

말과 마부는 기다리게 하고 먹을건 짊어진 체로 걷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눈도 깊고 산의 경사도 정말 가파르다.

결혼전에는 제법 등산도 다녔는데 내려올 생각을 하니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다.

신발도 등산화가 아니라 운동화다.


겨우 겨우 올라가니 저 아래 호수가 보이는데 호수 주변엔 방갈로가 몇 채 보인다.

호수는 눈에 덮혀 가장자리에만 물이 보일 따름이다

가져온 식사대용 과일을 얼른 눈 속에다 파 묻었다.

뭐 천년 냉장고라나.......


-멀리 호수가 보이는데 가장 자리만 눈이 녹았다-

 

또 몇 장의 증명 사진을 찍고 그리고 왔노라고 영역 표시도 하고........

눈 속의 과일을 꺼낼려고 앉는데 또 엌! 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아마 난 고산 체질은 아닌가 보다. 함께 온 일행 들에게 걱정만 끼치고....

내려가는 이 길이 여간 걱정이 아니다.

무릅 가까이까지 싸인 눈 그리고 급격한 경사....

어디서 구해 왔는지 가이드가 1미터가 조금 더 되보이는 지팡이를 구해다 준다.

 

조금 내려오자 말자 일행중 한명이 넘어지면서 굴러가기 시작한다.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저 친구 여기서 죽는구나. 다니든 직장도 그만두고 나 따라 올거라고 여기까지 왔는데 시신은 어떻게 할것이며 가족들에게는 뭐라고 말하나?

15미터 정도 굴러 내려 갔을까 어떻게 눈위에 앉았는데 엉덩이 밑의 눈이 다져지면서 의자 처름 되더니 더디어 친구가 멈추지 않는가?

하늘의 도움인가? 아니면 기적인가?


덕분에 그 친구는 20미터 정도 나보다 더 내려가 있다.

그 친구는 우릴 기다리고 있고 가이드는 벌써 그 친구 옆에 가 있다.

일행이 모두 친구 옆에까지 갔을때 가이드는 우리더러 한줄로 앉아서 앞사람 어깨를 잡으란다.

아마 끌고 내려갈라나 보다.

제일 앞에 앉은 사람이 지팡이를 내밀자 다리를 조금 올려 달란다.

바지자락을 잡더니 확 끌어다 던져버린다.

눈 설매를 탄듯 그냥 미끄러져 내려간다. 몇차레 반복 하고나니 제법 많이 내려왔다.

덕분에 엉덩이는 젖어서 엉망이다.

눈에 젖은 엉덩이를 뒤로 하고 증명사진 한 컷.


늦잠자고 이제사 올라오던 파키스탄 사람들이 웃어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야임마! 나 거시기가 다 얼었어"했더니 정말 큰소리로 웃는다.

오늘 중으로 회사에 도착해야 되므로 빨리 하산해서 출발.....

회사에 도착하니 밤 1시쯤 됐든것 같다.

운전사에게 팁으로 500루피를 더 주었더니 정말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야! 밤 늦었으니 여기서 자구 내일가"했더니 어제도 집엘 안들어 갔기때문에 꼭 가야한단다.

알았어. 잘가.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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